수상[2021-03-26] 2021년 한국조경학회 춘계학술대회 우수발표논문상 수상

2021년 3월 26일. 김정화. 2021년 한국조경학회 춘계학술대회 조경역사·이론 분과 우수발표논문상 수상


윤치호의 개성 한영서원 정원 계획 연구


플라톤의 아카데미와 에피쿠로스의 정원 이래 아카데미 정원은 계몽, 계발, 탐구의 핵심 장치로 기능해왔다(Harrison, 2008). 아카데미 정원은 해당 교육기관과 창립자뿐만 아니라 동시대 사회의 교육 철학과 방향을 반영하고 있는 얼굴이며, 아카데미 구성원의 계몽과 계발을 이끄는 공간이고, 지식 생산의 실험실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덤바턴 오크스(Dumbarton Oaks)는 2016년의 심포지엄에서 경관과 아카데미(Landscape and the Academy)의 관계를 조명하며 아카데미 정원을 조경의 한 가지 유형으로 규정하였다. 

한국의 아카데미 정원으로는 서원이 꼽힌다. 조선시대 서원은 한국 전통조경을 대표하는 정원 유형으로, 소수서원, 병산서원, 도산서원 등의 건축 배치, 배식 원리, 식물 재료와 그에 담긴 교육 철학에 관한 상당량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개화기에 들어 선교에 뿌리를 두고 설립된 많은 학교가 정원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금껏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는 근대기 아카데미 정원으로서 미국 남감리회의 선교 거점이었던 개성에서 남감리회와 윤치호가 1906년에 설립한 교육기관 한영서원(韓英書院; Anglo-Korean School)의 캠퍼스 정원 계획에 주목한다. 한영서원은 당시 미국에서 성공적인 선교와 교육 모델로 알려져 있었는데, 인문학과 함께 농업 중심의 교육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다른 선교 학교 및 사립학교와 차이점을 지니는 곳이다(강명숙, 2016). 무엇보다 학교 설립 초기인 1906년 10월 17일, 윤치호가 자신의 스승이자 에모리 대학교 총장이었던 캔들러(Warren A. Candler) 박사에게 보낸 서신에서 ‘학교 정원(school garden)’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어 한영서원의 캠퍼스 정원 계획은 조경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영서원 캠퍼스 정원의 계획 배경과 공간적 특징을 밝히는 데 있다. 구체적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윤치호가 학교 정원을 조성한 배경과 목적은 무엇이었나. 둘째, 정원의 공간 구조는 어떠하였나. 셋째, 정원에 식재된 나무와 식물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도입되었나. 넷째, 정원에서 이루어진 교육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한영서원이 설립된 1906년부터 캠퍼스의 본 모습이 갖춰진 1920년대 후반까지이다. 연구의 공간적 범위는 개성에 위치한 한영서원 캠퍼스와 그 부속 시설로 한다. 한영서원은 개성에 위치해 있어 현장 방문이 어려우며, 위성 영상으로 확인한 결과 현재 학교 시설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연구 방법으로 20세기 초에 작성된 문서와 사진, 지도 등의 문헌을 분석하고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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