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아카이브의 현안과 가능성
2019 공원학개론의 3회차로, 서울숲 공원 서울숲 이야기관에서 16:00-18:30에 열렸다. 3회차에서는 월드컵공원과 서울숲의 아카이브 배경과 과정을 공유하고 공원 아카이브의 방향을 그려보았다. 주제와 발제자는 다음과 같다.
- 월드컵공원 아카이브 동기와 의미(이정아,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주무관)
- 서울숲 아카이브의 현안과 이슈(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 공원 아카이브의 방향(이명준, 기술사사무소 이수 연구소장)
월드컵공원 아카이브 동기와 의미
이정아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주무관
월드컵공원에는 한해면 40개국 9천 명이 견학하여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서 공원이 되기까지의 기술과 경험, 지혜를 묻는다. 견학자 중 대다수는 매립이 종료된 땅의 활용에 대한 사례 학습이 목적이며, 불과 1~2시간의 짧은 시간에 엑기스만 설명한다. 그러다 보면 현장 비하인드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자료 요청이 쏟아진다.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는 이런 현장의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또 정리는 되어있지만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의 자료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기술분야는 너무 전문적이어서, 비하인드는 기록이 없어서 등, 여러 이유로 말이다.
최근 사업소 지하 창고에서 1만 여장의 사진 인화지와 필름을 발견하였다. 오래된 상자 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기록물, 매립지 안정화 공사 현장으로 대부분 비슷해 보이는 콘크리트 배수관로 사진, 터파기 사진들이다. 인화된 사진의 잉크가 다 날아가기 전에 발견했다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서울시립 난지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작가들과 이 사진들을 함께 훑어보니 예술가의 눈에는 ‘난지도’ 주제의 작품전을 수십 번하고도 남을 귀중한 자료라고 했다.
그렇다. 시대에 따라 보존가치가 높은 자료와 그렇지 못한 자료가 나뉜다. 그 가치를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 그 가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순환보직인 공무원 조직에서 공원의 기록을 정리하고 보관하고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누군가는 기록했을 것이고 어디엔가는 저장했겠으나, 공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요즘은 과거의 스토리를 이어오는 콘텐츠가 인기 있다. 정미소 공장이었던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가 그 이름과 인테리어 이미지를 이어와 카페가 되면서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처럼 말이다. 특히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산하 공원들은 모두 쓸모를 다한 공간이 공원으로 된 재생된 곳이다. 하여 특히나 더욱 과거를 기억하는 순간, 그 프로그램들이 늘어나야 공원의 가치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공원에서 여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문화행사를 하는 것이 ‘공원다운’ 특성을 지니려면 더더욱 그러하지 아니할까?
업무에 지정되지도 않은 월드컵공원 아카이브를 ‘사명감’ 하나로 시작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일 년 뒤엔 더 많은 기록물이 쌓이고 더 많이 유실될 것이며 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없어질 테니 말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하지 않았나.
서울숲 아카이브의 현안과 이슈
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서울숲 공원을 운영하기 시작하던 때, 우리는 스스로를 유물발굴단이라 불렀다. 공원의 지난 10여 년의 스토리를 찾아, 먼지가 가득 쌓인 서고를 뒤지기도 했고, 담당자들을 찾아가 과거의 기록을 찾기도 했다. 오래 걸려도 그나마 구전 기록을 찾으면 다행, 문서로 된 기록을 찾으면 행운이었다. 그냥 새로 만든다 생각하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편했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기록 부재, 인수인계자 부재, 어디 있는지 모르는 자료 보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도 이후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공원관리의 이력을 기록하는 시스템 핌스 개발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서울숲의 아카이브, 핌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숲의 방문객이 연간 몇 명인지는 늘 받는 질문이다. 그런데 기억에 2005년 서울숲 공원 개원부터 방문객수는 항상 연간 700만 명이었던 것 같다. 서울숲이 개장하던 2005년, 당시 정말 많은 사람이 공원을 찾았다. 공원 입구에서 지하철 갈아타는 곳의 느낌을 받았던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많이 오는지가 궁금하지만, 서울숲 공원은 최근 조성된 공원들처럼 입장객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그러면 방문객수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더불어 서울숲에 사는 야생동물 고라니는 잘 살고 있을까?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서울숲 공원 방문객수와 고라니 전수조사를 한 과정을 얘기하려고 한다.
공원 아카이브의 방향
이명준 기술사사무소 이수 연구소장
후기 산업시대에 접어들어 쇠퇴된 도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도시 재생이 화두가 되면서 장소의 역사와 기억을 복원하거나 이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공원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대표적인 공간으로 그곳에 빼곡히 누적된 수많은 개인과 사회의 기억은 보관될archiving 필요가 있다. 공원의 가치를 일찍부터 인식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원 아카이브를 꾸준히 구축해오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몇몇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아카이브가 생겨나고 있어 반갑다. 이제 공원 아카이브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하며, 나침반이 될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비전) 공원 아카이브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치를 고려한 장기적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근대 공원의 탄생은 19세기 말 무렵에 이루어졌지만, 그 이전부터 공원처럼 쓰인 공공 공간이 존재했다. 또한, 미래에 계속해서 나타날 새로운 공원과 공원 문화를 고려한 계속해서 변화할 공원과 공원 문화를 고려한 장기적 비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상과 주제) 공원 아카이브는 공원에 대한 다양한 기록, 예컨대 주변 환경, 사회, 정치, 정책, 문화 관련 기록물을 함께 수집해야 하며, 장소, 설계가, 문화 등 주제를 차별화해 구축해야 한다. 셋째, (방법) 공원 아카이브는 기록물 수집 방안과 분류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적절한 디지털화 방법을 함께 모색해 관리와 이용이 쉽도록 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현황 파악과 시범 아카이브 구축 작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넷째, (활용과 지속가능성) 공원 아카이브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온오프라인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하며, 안정적인 재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단발적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조경은 공원을 비롯한 공간의 생태 정보와 다양한 문화 및 기억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활용을 제안하는 전문 분야이다. 공원의 문화적 기억과 더불어 그러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조경가, 그리고 조경 작품을 포함하는 조경 아카이브로 확장하여 대중에게 조경 디자인의 가치와 역할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