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학개론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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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공원+문화아카이브

Date

2019. 11.9.

함께 하는 공원+문화 아카이브

2019 공원학개론의 마지막 회차로, 서울숲 공원 서울숲 이야기관에서 14:00-16:30에 열렸다. 전차에서는 공원이나 기록과 관련된 전문가를 모시고 발제를 들었다면, 4회차에서는 문화와 건축분야로 범위를 확장하여 폭넓게 시도되는 아카이브 현황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와 발제자는 다음과 같다.


- 가파도, 일상의 장소(윤희영, 원오원 도무스 코리아 부편집장)

- 문화역서울 284 전시, 서울역 장소적 아카이브(전미연, 문화역서울 284 팀장)

- 한국 근대화와 도시건축 아카이브(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

가파도, 일상의 장소

윤희영, 원오원 도무스 코리아 부편집장


가파도는 제주도 본섬에서 배로 15분 정도 떨어진, 인구 150명의 작은 평지섬이다. 2013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현대카드, 원오원 아키텍스의 협업으로 진행된 <가파도 프로젝트>는 가파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생태, 경제, 문화적 대안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작은 섬마을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계획과 실행을 위해서는 도시에서보다 훨씬 더 큰 섬세함과 신중함이 필요하다. 가파도 프로젝트에서는 계획에 앞서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그 과정은 다양한 형태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기록의 아카이빙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지만, 기록의 과정과 결과물은 마을의 역사를 남기기 위한 작업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섬의 생태를 비롯하여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기록했는데, 주민들이 가파도를 일상의 장소로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그중 하나였다. 연구는 문헌 조사, 인터뷰, 사진 촬영과 스케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파도처럼 작지만 밀도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공공공간에 대한 그들만의 이용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의도된 공공공간에 모이기보다는 우연에 의한 임의적인 만남들이 주를 이루는 커뮤니티지만, 이러한 방식은 이웃끼리, 세대를 넘어 전해지며 일종의 패턴이 되었다.  가파도는 방문객들이 일시적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상이 아닌, 주민들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온 일상의 장소이다. 가파도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주민들의 일상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가치들을 발견하고 존중하고 싶었고,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 방문객들이 이 섬을 찾았을 때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가파도 주민들이 그들의 장소에 대해,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이를 계속 이어나갈 원동력을 얻기를 바랐다.

문화역서울 284 전시, 서울역 장소적 아카이브

전미연 문화역서울 284 팀장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전시는 어떤 형태이든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건축물이 가진 물리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모더니즘 이후 등장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라는 전시공간의 개념과 달리 문화역서울 284는 구 서울역사가 지닌 건축적 형태와 함께 역이 가진 고유의 장소적 기능이 더해진 물리적 구조체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전시 관람의 형식이나 동선은 언제나 역의 상징적 공간인 중앙홀에서 시작되며, 중앙홀을 중심으로 대합실, 역장실, 양식당 그릴 등 기능이 부여된 각 방들을 거쳐 흘러가게 된다. 두 개의 서울역, 장소적 특수성은 전시의 내용과 흐름을 이어주는 친절한 설명이 없는 경우 혼성적인 다층위적 방식을 보여준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전시는 여느 주제이던 사람, 사물 등 각 영역의 연계와 흐름 속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다차원적 교류와 상호작용을 이루며 관계를 맺는다. 전시는 경계를 넘는 행위이자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 <개성공단>, <커피사회>, <DMZ> 등 그동안 이어져온 전시의 과정들은 서울역의 장소적 아카이브로 이어지며, 서울역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고민의 결과이다. 

한국 근대화와 도시건축 아카이브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


도대체 건축 전시란 무엇인가? 그리고 건축 아카이브란 무엇인가? 최근 건축 전시와 아카이브가 활발하게 새로운 논의의 이끌면서 하나의 문화예술 분과로 정착되고 있다. 정보(데이터)가 매일매일 엄청나게 축적되고 있는 지금,  ‘전시’와 ‘아카이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적 지식이 가장 순수하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는 아이디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전시 속에서 보다 가능하기 때문이고, 우리는 미래와 과거의 좁은 틈 사이에 서 있는데,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생각들의 아카이브를 통해 새로운 미래의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처해 있는 사회/현실 속에서 건축은 무엇일까,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구미와 일본의 건축 동향이 전해질 때마다, 우리는 “그럼 우리의 건축은, 우리의 가능성은?”이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 물음은 근대 한국 건축의 역사 속에서 모습을 달리하며 빈번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전통에서 형태를 발견한다는 것은 하나의 개념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구미와 일본 문화의 영향력 속에서 우리만의 것이  잘 표출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경제 발전에만 열중했던 한국의 생활 문화 속에서 결코 하나의 ‘건축’으로 충분히 성장하지는 못했다. 한국 건축에서 건축가의 개성은 억제되고, 경제와 정치 중심적 의사와 전략은 정확하게 반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잊혀져 있던 1960년대 후반 한국의 건축은 오늘날 한국 건축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세기 전 대다수의 건축 프로젝트는 오늘날과는 달리 국가가 주요 클라이언트였고, 그만큼 이상적이고 정치적이었다. 국가 개발체제에 의해 시작된 한국의 도시와 건축은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점점 공공성의 꿈을 잃어버린다. 나는 그 공공영역의 실종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아카이브와 동시대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원래의 생각들을 복원해 보고자 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서 근대화 산업화 시기 건축가 김수근와 그의 팀이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건축 이념을 위한 고민의 족적을 간단히 살펴본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온갖 불협화음이 이 시대에 시작됐으며 우리 자신 1960년대의 화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이 시대의 장면들이 오늘까지 짙은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고 말하려고 한다. 우리는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50년 전의 김수근와 그의 팀의 작업들을 개발 독재의 부산물로 치부하거나 건축가의 유토피아적 상상력으로 간단히 재단해 버렸지만, 이 속에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채 봉합되어 있는 모순과 갈등을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탈 발전국가 탈 국민국가 시대의 새로운 정신과 시민적 공간을 국가-아방가르드의 유산과 폐허 위에서 찾고자 한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